2년 전, 합스부르크 전시를 보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실패하고, 아모레 전시를 구경한 후 이태원에 있던 프라이탁 매장까지 들렀습니다. 사실 프라이탁 가방은 한동안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프라이탁 특성상 원색 계열이 많아 실제로 들어보고 비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당시 이태원 프라이탁 매장에서 직접 모스를 구매하게 되었죠.
30만원짜리 방수포 가방, 살 만할까?
당시 옷과 가방 브랜드를 고를 때 고민이 많았어요. 유행을 타는 아이템에 돈을 쓰는 게 맞을까?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처럼 한 가지 옷만 입기에는 사회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튼튼하면서도 기본적인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를 찾고, 환경 보호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제품을 사자는 것이었어요. 프라이탁은 그런 브랜드 중 하나였고, 마침 필요했던 노트북 가방을 이곳에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프라이탁이란?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트럭 방수포는 원단이 질기고 오염에 강해요. 크고 무거운 방수포를 세척하고 가공한 후, 이를 활용해 가방을 제작합니다. 그래서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어요. 각 가방이 고유한 패턴과 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심지어 올 블랙이나 올 화이트 같은 색상의 제품들은 희소성이 높아 중고 거래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예요. 그 외에도 자전거 바퀴나 자동차 안전벨트 등의 재료를 활용하여 친환경적인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아요. 제가 구매한 모스(MOSS)는 15인치 노트북이 들어가는 브리프케이스인데, 가격이 무려 364,000원이었습니다. 프라이탁의 제품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단순한 재활용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과 내구성을 고려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가격이 형성된 듯합니다. 게다가, 너무 저렴하면 다시 흔하게 버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해요.
이태원 프라이탁 by MMMG 방문기 (현재 폐점)
제가 방문했던 이태원 프라이탁 매장은 한국 최초의 프라이탁 매장이었습니다. 당시 MMMG(밀리미터 밀리그람)라는 소품샵과 협업하여 리뉴얼된 상태였어요. 매장은 깔끔하고 미니멀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고, 왼쪽에는 제품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박스들이, 중앙에는 고객이 쉴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오른쪽에는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구매하려던 모스는 딱 두 줄 정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거의 모든 제품을 메어보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지금의 이 파란색 모스입니다. 방수포 원단에 따라 유광과 무광이 있는데, 저는 유광 제품이 반짝거려서 더 예뻐 보였어요. 프라이탁에서는 파란색 원단이 비교적 많이 사용되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저는 흰 기가 살짝 섞인 원색 파란색을 골랐습니다. 피부가 좀 더 맑아 보이는 효과도 있고, 직접 매보니 온라인에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무채색을 고려하고 있다면 온라인 구매도 괜찮겠지만, 컬러 제품은 직접 방문해서 비교해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현재는 이태원 프라이탁 매장이 없어졌습니다. 매장이 운영될 당시 방문해서 직접 가방을 보고 구매할 수 있었던 경험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프라이탁 모스 개봉기
프라이탁에서는 별도의 포장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친환경적인 브랜드답게 불필요한 포장을 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어차피 바로 사용할 예정이니, 종이백을 받아도 크게 의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직원분이 구매한 매장에서 수리가 가능하도록 영수증을 보관하는 게 좋다고 하셔서, 사진으로 찍어두었습니다.
가방 내부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수납공간이 많았어요. 한쪽에는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와 마우스나 작은 키보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반대쪽에는 깊이가 다른 주머니 2개와 볼펜 주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실용성이 높은 디자인이었어요.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가방이 일반 천 가방보다 확실히 무겁고, 새 제품이라 그런지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가 났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구매한 프라이탁 모스를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트북을 넣고 카페에서 일도 하고, 포스팅도 하면서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 높은 가격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튼튼한 내구성과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가치, 그리고 디자인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2년이 지나도 큰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가방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태원 프라이탁 매장이 없어졌지만, 브랜드 자체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고민하신다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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